Chris와 저는 얼스 코트 로드의 작고 환한 아파트에서 함께 삶을 시작했어요. 그는 대형 회계법인 중 한 곳에서 감사 업무로 첫발을 뗐고, 저는 시티 대학교에서 국제법 LLM 과정을 밟으며 세계 곳곳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었어요. 하루하루를 바비칸과 에인절 주변에서, SOAS 도서관을 드나들며 보냈죠. 그가 런던 금융가 시티 어딘가에서 일을 마치면 우리는 저녁에 만나 뭔가를 먹었어요. 우리는 런던 한가운데에서 삶을 일구고 있었고, 도시는 두 팔을 활짝 벌려 우리를 맞아 주는 것 같았어요.
런던은 고개를 들어 보게 만드는 곳이에요. 코니스와 천장의 장미 장식, 하얀 석고 소용돌이 장식, 감탄받기를 당연하게 기다리는 웅장한 석조 파사드. 오래 머물수록 더 눈에 들어와요. 가볍게 걸친 웅장함, 런던이 굳이 애쓸 필요가 없어 보이는 우아함이요.
유독 기억에 남는 저녁이 있어요. 먼저 우리가 좋아하던 레스토랑에 갔어요. 아주 작은 구석 자리였는데, 테이블 너머로 무릎과 팔꿈치가 서로 스칠 만큼 좁아서 더 좋아했던 자리였죠. 그다음엔 오페라 “I Masnadieri”를 보러 갔고, 막간에 샴페인을 한 잔 마셨는데 정말 호사스럽게 느껴졌어요. Chris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은근한 예감이 들었지만, 그게 뭔지 짐작할 만큼 제 자신을 믿지는 못했어요. 아파트에 돌아오자 그가 한쪽 무릎을 꿇었어요. 저는 엉엉 소리 내어 펑펑 울었어요. 어떤 기억은 한 장소에 너무도 온전히 달라붙어서, 다시는 둘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돼요. 그날 밤이 그런 기억이에요.
그 뒤로 이어진 런던에서의 시간은 빠르고 충만했어요. 저는 LLM을 마쳤고, 결혼식과 논문 준비를 동시에 했으며, 메이페어 한복판에서 자산관리 분야의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어요. 하이힐은 책상 밑에 두고, 짧은 지하철 출근길에는 운동화를 신었죠. 그린 파크가 가까워서 점심시간이면 숨을 크게 들이쉬러 갈 수 있었어요. 나중에는 사우스 켄싱턴으로 옮겨, 정원이 있는 광장에 면한 아파트에서 살았어요.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고요한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죠. 주말이면 공원과 박물관, 음악회와 전시회를 다녔어요. 그 모든 것을 흠뻑 누리려고 했어요. 손님들이 오면 차 소리가 웅웅거린다고들 했는데, 그제야 우리가 그 소리를 듣지 않게 된 지 오래라는 걸 깨닫곤 했어요.
City Grandeur는 바로 그런 런던이에요. 환하고, 교양 있고, 끝없이 살아 있는 도시.